룸톤 Roomtone TIL 7
지운 곡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게 걸렸다
곡을 지우면 그대로 사라졌다. 보컬이 섞였거나 끝이 잘린 곡을 걸러 내는 일을 매일 하는데, 판단이 틀렸을 때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실제로 「이 곡 왜 없지」 하고 찾다가 지운 걸 알게 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지우는 순간 없애지 않고, 지웠다는 표시만 달아 두기로 했다. 목록·재생목록·중복 검사 같은 데서는 안 보이니 지운 것과 똑같이 굴고, 실제 파일과 기록은 남는다. 되돌리려면 표시만 지우면 된다.
되돌릴 수 없는 동작은 만들기는 쉽지만 쓰는 사람을 조심하게 만든다. 조심하면 결국 느려진다. 되돌릴 수 있게 해 두면 판단을 빨리 해도 되니, 실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실수의 값을 낮추는 쪽이 낫다.
30일 뒤에 지우려면 시계가 필요했다
표시만 해 두면 언젠가는 진짜로 지워야 한다. 30일을 주기로 정했는데, 문제는 「30일이 지났는지 누가 보느냐」였다.
정해진 시각마다 서버가 스스로 도는 방식이 정석이다. 그런데 그걸 붙이려면 배포 설정이 따라오고, 아직 곡을 나 혼자 관리하는 단계에 과했다.
그래서 휴지통 화면을 열 때 그 자리에서 30일 지난 것을 지우게 했다. 안 열면 안 지워지지만, 어차피 열어야 관리하는 화면이다. 늦게 지워져서 생기는 손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고른 셈이다.
자동으로 돌 것인가를 정할 때는 「정확히 제때 일어나야 하는 일인가」를 먼저 묻는다. 늦어도 되는 일이면, 그 일을 하러 오는 사람의 동선에 얹는 게 싸다.
왜 뺐는지를 적게 했다
지울 때 사유를 반드시 적게 하고, 비우면 버튼이 안 눌리게 했다. 귀찮게 만드는 쪽을 일부러 골랐다.
곡을 빼는 이유는 보컬 섞임, 중복, 저품질, 끝 잘림, 분위기 안 맞음처럼 몇 가지로 갈린다. 이게 남아 있으면 나중에 「끝 잘림으로 뺀 곡이 이렇게 많나」를 세어 볼 수 있고, 그건 곡을 뽑는 프롬프트를 고치는 근거가 된다. 안 남기면 휴지통은 그냥 사라진 곡 더미가 된다.
지우는 화면에서 사유를 묻는 건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판단을 위해서다. 한 줄 더 적게 하는 비용은 그 자리에서 치러지고, 값은 몇 주 뒤에 돌아온다.
도구가 못 하는 걸 프롬프트로 이기려 했다
재즈에 국악을 섞은 곡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가야금·대금·해금을 프롬프트에 또렷이 적었는데, 나오는 건 하프나 플루트로 뭉개진 소리였다. 표현을 바꿔 가며 몇 번 더 해 봐도 같았다.
학습한 데이터가 얇은 영역은 말로 밀어붙인다고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시간을 더 쓰면 그건 도구를 이기려는 일이 된다.
그래서 접고, 그 자리를 비워 둔 채 다른 분위기를 채우기로 했다. 도구로 만드는 서비스에서는 「무엇을 만들 수 있나」만큼 「무엇이 안 나오나」를 빨리 아는 게 계획이 된다. 안 되는 걸 목록에 적어 두면 다음에 같은 자리에서 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요약
- 되돌릴 수 없는 동작은 쓰는 사람을 조심하게 만든다. 실수를 줄이기보다 실수의 값을 낮춘다.
- 늦어도 되는 정리는 자동으로 돌리지 말고, 그 일을 하러 오는 사람의 동선에 얹는다.
- 빼는 자리에서 이유를 묻는 건 기록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위해서다.
- 도구가 못 하는 영역은 말로 이기려 하지 말고, 안 되는 것으로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