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톤 Roomtone TIL 4
수백 곡의 에너지를 손으로 매길 수는 없었다
곡마다 잔잔한지 활기찬지를 1~5로 매겨 둬야 한다. 매장 분위기에 맞춰 재생목록을 짜는 기준이 이 값이다. 그런데 곡이 수백 개라 하나씩 듣고 매기는 건 며칠짜리 일이었다.
그래서 곡의 빠르기를 재서 초기값을 깔기로 했다. 느린 곡은 잔잔한 쪽, 빠른 곡은 활기찬 쪽으로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빠르기가 분위기를 다 설명하지는 않지만, 빈칸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낫다.
잔잔한 곡이 활기찬 곡으로 들어와 있었다
돌려 보니 분명히 느린 곡들이 가장 활기찬 칸에 들어가 있었다. 빠르기를 재는 도구가 느린 곡의 박자를 두 배로 세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68짜리 곡을 136으로 본다.
곡마다 확인해 고치면 또 며칠이 든다. 그래서 잰 값을 전부 모아 분포를 봤다. 두 덩어리로 갈리고 그 사이가 텅 비어 있었다. 아래 덩어리가 진짜 빠르기고, 위 덩어리는 정확히 그 두 배였다. 빈 구간이 「여기부터는 두 배로 잘못 잰 것」이라는 경계였다.
그 위를 반으로 접으니 곡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값을 하나씩 보면 어느 게 틀렸는지 알 수 없는데, 전부 모아 놓으니 틀리는 방식에 모양이 있었다.
자동으로 잰 값이 이상할 때는 값 하나를 붙들지 말고 전부 모아 분포를 본다. 틀림이 무작위가 아니라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거기서 고칠 규칙이 나온다.
그래서 자동값을 정답 자리에 두지 않았다
접고 나서도 몇 곡은 여전히 어긋났다. 여기서 정확도를 더 올리는 쪽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동으로 매긴 값을 「초기값」으로 두고, 관리 화면에서 언제든 귀로 듣고 덮어쓸 수 있게 했다. 자동이 바닥을 깔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수백 곡을 맨손으로 매기지 않아도 되고, 틀린 몇 개만 손보면 된다.
이건 음량을 다룰 때 정한 것과 같은 결이다(앞선 TIL 1·2). 기계가 잴 수 있는 것은 기계가 재게 두고, 사람만 정할 수 있는 것에 사람 시간을 쓴다.
자동화를 붙일 때 「몇 퍼센트 맞느냐」로만 판단하면 끝이 없다. 물을 것은 「틀렸을 때 사람이 고치는 비용이 얼마인가」다. 고치기 쉬우면 정확도가 조금 낮아도 충분하다.
보컬 검사가 잡은 것은 오작동이 아니었다
같은 날, 목소리가 섞였는지 보는 검사에서 재즈와 잔잔한 곡이 무더기로 걸렸다. 들어 보면 가사가 없다. 검사가 고장 난 줄 알았다.
확인해 보니 도구는 맞게 잡고 있었다. 가사 없는 허밍도 사람 목소리고, 색소폰처럼 목소리 음역에서 노래하듯 부는 악기도 목소리 쪽으로 샌다. 도구는 「사람 목소리가 있나」를 물었고 정직하게 답했다.
틀린 건 질문이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가사가 들리는가」인데 물어본 건 「목소리가 있는가」였다. 그리고 그 사이의 허밍을 무보컬로 볼지는 도구가 정할 수 없는 것, 즉 우리가 정할 방침이다.
그래서 이 검사는 흑백 판정이 아니라 「의심」 표시로만 두고 사람이 듣고 정하게 했다. 방침 자체는 이때 정하지 못했다.
자동 판정이 이상하게 걸릴 때는 도구를 의심하기 전에 그 도구가 실제로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본다. 도구의 질문과 내 질문이 다르면, 그 차이는 설정이 아니라 방침으로 메워야 한다.
요약
- 손으로 다 할 수 없는 일은 자동으로 바닥을 깔고 시작한다. 빈칸보다는 틀린 초기값이 낫다.
- 자동값이 이상하면 값 하나가 아니라 전부 모아 분포를 본다. 틀림이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거기서 규칙이 나온다.
- 자동화는 「몇 퍼센트 맞나」가 아니라 「틀렸을 때 고치는 비용이 얼마인가」로 판단한다.
- 도구가 이상하게 잡으면 그 도구가 실제로 무엇을 묻는지 본다. 내 질문과 다르면 그 차이는 방침으로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