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놈 Simple Metronome TIL 9
기능을 우리가 다 떠안지 말고 사용자가 이미 가진 도구로 넘긴다
앱에 문의 창구를 만들어야 했다. 처음 떠올린 그림은 앱 안에 입력창을 두고 우리가 메일을 발송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발송용 서버와 인증이 필요하고 스팸으로 걸릴 걱정도 따라온다.
대신 사용자의 메일 앱을 열어 주는 쪽으로 갔다. 받는 사람과 제목, 본문을 미리 채운 채로 메일 앱이 뜨고, 보내기는 사용자가 누른다. 이때 쓰는 게 mailto 주소다. 웹에서 메일 링크를 걸 때 쓰는 그 형식이고, 안드로이드에서도 이 형식을 주면 메일을 처리할 수 있는 앱만 후보로 걸러진다.
서버도 인증도 필요 없어졌고, 무엇보다 발신 주체가 명확해졌다. 우리가 보내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보내는 메일이다.
바깥 도구에 넘기면 그 도구가 없는 경우가 따라온다
넘긴 대가도 있었다. 메일 앱이 하나도 없는 기기에서는 열어 줄 대상이 없어서 앱이 그대로 죽는다.
그래서 창구 화면에 주소를 글자로도 띄워 뒀다. 메일 앱이 안 열리면 주소를 안내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사용자는 그 주소를 다른 데서 쓰면 된다.
일을 바깥으로 넘기는 설계에는 항상 이 짝이 붙는다. 넘겨받을 상대가 없을 때 무엇을 보여 줄지까지 정해야 넘긴 것이 끝난다.
앱이 보내는 것과 사용자가 보내는 것은 다르다
문의가 오면 어느 기기, 어느 버전에서 생긴 일인지 알아야 대응이 된다. 그래서 앱 버전과 기기 모델, OS 버전, 언어 설정을 메일 본문에 미리 채워 두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개인정보를 몰래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가 걸렸다.
여기서 선이 갈리는 지점을 알았다. 앱이 조용히 어딘가로 전송하면 그건 수집이다. 반면 정보가 사용자 눈앞의 메일 본문에 적혀 있고, 사용자가 그걸 읽고 지울 수도 고칠 수도 있는 상태에서 보내기를 누르면, 그건 사용자의 발신이다. 같은 값을 담아도 성격이 다르다.
그래서 이 방식은 크래시 리포트에서 흔히 쓰인다. 판단 기준은 두 축이었다.
- 무엇을 담느냐. 권한 없이 읽히고 개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값만 담는다. 앱 버전, 기기 모델, OS, 언어가 여기 든다. 광고 식별자나 기기 고유 번호, 위치는 개인정보로 분류돼 별도 고지가 필요하니 넣지 않는다.
- 누가 보내느냐. 사용자가 내용을 보고 직접 보낸다.
두 축이 같이 맞아야 안전하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가 보낸다고 해서 위치를 담아도 되는 건 아니고, 값이 비식별이라고 해서 몰래 전송해도 되는 건 아니다.
동의를 한 겹 더 두는 비용은 거의 없다
법적으로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정보를 포함할지 끄고 켜는 선택지를 창구에 같이 뒀다. 기본은 켜 둔 상태다.
이걸 넣는 데 든 비용은 선택지 하나와 문구 한 줄이었고, 얻은 건 두 가지다. 사용자가 원치 않으면 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 누가 물었을 때 설명할 말이 이미 화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안 넣어도 되는 동의를 넣어 두는 건 대개 이 값을 한다.
번역이 필요한 것은 코드에서 조립하지 않는다
메일 본문에 들어가는 진단 정보는 항목 이름과 값이 섞인 여러 줄이다. 이걸 코드에서 문장으로 이어 붙이면 한국어와 영어를 각각 손봐야 하고, 언어를 늘릴 때마다 코드가 갈라진다.
형식 전체를 문자열 자원에 두고 값이 들어갈 자리만 표시해 뒀다. 코드는 값 네 개를 건네줄 뿐이고, 문장 모양과 항목 이름은 언어별 자원이 각자 들고 있다.
기준은 이렇다. 사람이 읽는 문장은 코드가 아니라 자원에 둔다. 코드에서 문자열을 이어 붙이고 있으면 그건 대개 번역이 어려워지는 신호다.
요약
- 기능을 전부 우리가 떠안기 전에, 사용자가 이미 가진 도구로 넘길 수 있는지 본다. 서버와 인증이 통째로 빠졌다.
- 일을 바깥으로 넘길 때는 넘겨받을 상대가 없는 경우까지 정해야 끝난 것이다.
- 같은 정보라도 앱이 조용히 전송하면 수집이고, 사용자가 보고 고칠 수 있는 상태에서 보내면 사용자의 발신이다.
- 담아도 되는지는 무엇을 담느냐와 누가 보내느냐 두 축이 함께 정한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 꼭 필요하지 않은 동의라도 한 겹 두는 비용은 대개 매우 싸고, 나중에 설명할 말을 미리 만들어 둔다.
- 사람이 읽는 문장은 코드에서 조립하지 말고 자원에 둔다. 조립하고 있으면 번역이 어려워지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