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KeyBloom TIL 19
유료 판매를 앞두고 배포·업데이트·라이선스 뼈대를 세우며 나온 것들.
남의 것을 담아 파는 일
번들하는 오픈소스는 라이선스가 제품 형태를 정한다
투명 영상을 만들려면 앱 안에 ffmpeg(영상·오디오를 변환·인코딩하는 도구)를 같이 넣어야 했다. 무료로 쓸 수 있지만 배포본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가 다르다. GPL 빌드는 “이걸 넣은 제품의 소스도 공개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우리는 유료로 파는 앱이라 그 조건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조건이 약한 LGPL 빌드를 골라 넣고, 고지문을 함께 배포했다. 우리가 쓰는 기능이 마침 그 배포본에도 들어 있어서 가능했다. 없었으면 기능을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무료라는 말은 “아무 조건 없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의 것을 제품에 담기로 할 때는 기능이 되는지보다 “이걸 담고도 우리가 팔 수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다 만들고 나서 알면 되돌릴 수가 없다.
업데이트 서명 키를 잃으면 사용자를 영영 못 고친다
앱이 스스로 새 버전을 받아 설치하려면, 받은 파일이 진짜 우리가 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키로 서명(도장)하고, 앱 안에 그 서명을 알아보는 공개키를 심어 둔다. 자동 업데이트 검증에 쓰는 이 서명 방식을 minisign이라고 한다.
여기서 무서운 건 개인키를 잃었을 때다. 새 키로 서명하면 이미 깔린 앱들이 심어 둔 공개키로는 그 서명을 못 알아본다. 그러면 그 사용자들은 영영 업데이트를 못 받는다. 우리 쪽 실수 하나가 사용자 전부를 못 고치는 상태로 만든다.
그래서 첫 배포 전에 열쇠를 확정하고 안전한 곳에 백업했다. 출시 준비 목록에서 “잃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따로 추려 두는 게 맞다. 대부분은 나중에 고칠 수 있지만 이런 건 아니다.
설치형 유료 앱은 오프라인을 전제로 설계한다
라이선스를 실행할 때마다 확인하게 만들면, 인터넷이 없을 때 돈 낸 사람이 앱을 못 쓴다. 공연장에서 쓰는 앱이라 하필 그때가 인터넷이 없을 때다.
그래서 저장된 라이선스가 있으면 일단 열어 주고 검증은 뒤에서 돌린다. 서버가 명확히 해지·만료라고 답하면 잠그고, 연결이 안 되면 일정 기간 유예로 버틴다.
불법 복제를 완전히 막는 건 목표가 아니다. 애초에 설치형 앱에서 그건 불가능에 가깝고, 거기 투자할수록 정직한 사용자가 불편해진다. 목표는 “돈 낸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안 낸 사람이 대충 쓰기는 어렵게”까지다.
무작위를 다루기
재현과 다양성은 시작점 하나로 둘 다 된다
파티클 배치를 무작위로 두면 저장했다 다시 열 때마다 다른 그림이 나온다. 그래서 앞선 TIL 18에서 시드 난수로 같은 연주는 항상 같은 배치가 되게 고정해 뒀다. 두 화면에 같은 그림이 뜨고 영상도 다시 뽑으면 같다.
그런데 고정하고 나니 “이 배치 말고 다른 걸로”가 안 됐다. 마음에 안 드는 배치가 나와도 바꿀 방법이 없다.
해결은 무작위를 다시 들이는 게 아니라, 시드 난수 수열의 시작점(시드)만 옮기는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시작점이 바뀌어 전혀 다른 배치가 나오고, 그 시작점을 저장해 두면 다시 열었을 때 그 배치가 그대로 재현된다.
“매번 달라야 한다”와 “항상 같아야 한다”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 대개 답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무엇을 기억할지를 고르는 것이다. 결과를 기억할 수 없으면 결과를 만든 씨앗을 기억한다.
값이 굳어 있는 자리
코드에 박힌 값이 초기값인지 상태인지 가른다
큐 순서를 바꿨더니 첫 구간만 따라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항상 1번”이라고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계기로 비슷한 자리를 훑어보니 박힌 숫자가 다 문제는 아니었다. 셋으로 갈렸다. 시작 상태와 일치하고 이후 사용자의 조작이 갱신해 주는 것은 안전하다. 조회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대비값도 안전하다. 문제는 사용자가 바꿀 수 있는데 박혀 있는 것 하나였다.
박힌 값을 볼 때 물을 것은 “이게 나중에 바뀔 수 있나”다. 바뀔 수 있으면 값이 아니라 상태로 들고 있어야 하고, 바뀌는 모든 경로에 같이 반영해야 한다. 이런 버그는 기능이 처음 만들어질 땐 멀쩡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능이 추가되면서 드러난다.
화면이 서 있는 전제
사용자가 배경을 바꾸면 효과의 전제가 깨진다
건반 발광은 가산 블렌딩 — 기존 픽셀에 색을 더해 겹칠수록 밝아지는 합성 방식 — 으로 그린다. 검은 화면에서는 겹칠수록 밝아져 예쁘다.
그런데 사용자가 밝은 배경 이미지를 깔면 더할 여지가 없어서 하얗게 날아가고 색이 사라진다. 우리가 “어두운 배경”을 전제로 그려 온 것이다.
기능 하나를 열어 줄 때는 그 기능이 다른 기능의 전제를 깨는지 봐야 한다. 배경을 바꿀 수 있게 한 순간 “배경은 검다”에 기대던 모든 것이 흔들린다. 여기서는 배경 이미지가 깔릴 때만 다른 방식으로 그리게 갈랐다.
멈춰 보이는 기다림에는 살아 있다는 표시를 준다
영상 저장 중 진행률이 몇 지점에서 한참 멈춘다. 잘게 쪼갤 수 없는 통짜 작업이라 숫자가 안 움직이는 것인데, 사용자에게는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를 넣었다. 진행률과 무관하게 계속 흐르는 빛줄기(shimmer) 하나, 그리고 지금 무슨 단계인지 알리는 문구 하나. 숫자가 안 움직여도 “무엇 때문에” 기다리는지 알면 사람은 기다린다.
기다림을 없앨 수 없을 때 할 일은 기다림을 설명하는 것이다.
요약
- 번들할 오픈소스는 기능보다 “이걸 담고도 팔 수 있나”를 먼저 본다
- 잃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출시 준비 목록에서 따로 추린다 — 서명 키가 그것이다
- 설치형 유료 앱은 오프라인을 전제로 — 목표는 완전 차단이 아니라 정직한 사용자가 안 불편한 선까지다
- “항상 같아야 한다”와 “바꿀 수 있어야 한다”가 부딪히면, 결과 대신 결과를 만든 씨앗을 기억한다
- 박힌 값을 볼 때 “이게 나중에 바뀔 수 있나”를 묻는다. 바뀔 수 있으면 상태다
- 기능을 하나 열면 그것이 다른 기능의 전제를 깨는지 본다
- 없앨 수 없는 기다림은 설명한다 — 숫자가 멈춰도 이유를 알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