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미로 PalaceMaze TIL 3
AI를 위해 고른 형식이 빗나갔다
C++로 하면 MCP가 편할 줄 알았다
언리얼에서 로직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C++로 짜거나 블루프린트로 짜거나. 실험용 프로젝트를 만들 때 C++ 쪽을 골랐다. AI가 읽기 편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C++은 텍스트라 그냥 열어 읽을 수 있고, 블루프린트는 바이너리 애셋이라 도구를 거쳐야 한다.
읽기만 놓고 보면 맞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작업해 보니 병목이 읽기가 아니었다.
블루프린트를 못 읽어서 막힌 적은 없었다. 그래프를 DSL 텍스트로 읽어 주는 기능이 있어서, 어떤 노드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문장처럼 읽힌다. 시간을 잡아먹은 건 다른 것들이었다 — 블루프린트끼리 변수를 못 읽는다든지, 노드 타입 이름을 짐작했다가 없는 걸 부른다든지, DSL을 쓸 때마다 쓰레기 노드가 쌓인다든지. 전부 MCP 도구의 한계지 형식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갈린 건 내가 읽을 수 있느냐였다
궁 미로 프로젝트는 블루프린트로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C++을 못 읽으니까.
그 결정이 예상 못 한 데서 효과를 냈다. 작업하는 동안 내가 세 번 끼어들어 구조를 걷어냈다.
왜 for 루프가 중첩돼 있어 찾은 액터를 또 찾느라 순회가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위치 정보가 왜 필요해 입력을 상자 쪽에서 받게 하니 거리 계산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벤트 디스패처 쓰면 되잖아 우회로 네 개를 거친 뒤였다
셋 다 그래프라서 눈에 보여 잡힌 것들이다. C++이었으면 못 읽으니 그대로 넘어갔을 것이다. 더 빨리 돌아가는 대신 아무도 안 본 구조가 쌓였을 것이다.
AI가 읽기 좋으라고 고른 형식이 빗나갔고, 내가 읽을 수 있게 고른 형식이 맞았다.
그러면 C++이 나빴나
그건 아니다. 로직만 놓고 보면 C++이 유리한 구간이 분명히 있다. 블루프린트끼리 변수를 못 읽는 문제는 C++에서는 아예 없다.
그리고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말이 다르다.
블루프린트 그런 노드는 없다 방향이 틀렸다는 신호가 없다
C++ 몇 번째 줄, 어떤 타입이 안 맞다
“그런 노드는 없다”만 보고는 이 접근 자체가 틀렸다는 걸 못 읽는다. 그래서 같은 방향으로 네 번 우회했다. C++이었으면 훨씬 빨리 빠져나왔을 것이다.
반대로 손해도 있다. 블루프린트는 컴파일이 즉시라 숫자를 만지며 돌려보기 좋다. 콜리전 크기나 패드 크기를 몇 번씩 고쳤는데, C++이었으면 매번 빌드를 기다렸을 것이다.
판단에 쓰는 방식
형식은 도구의 편의가 아니라 검토 가능성으로 고른다. 내가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만들면 감시가 통째로 빠진다.
다만 이건 내 읽기 능력이 고정일 때의 이야기다. C++을 읽는 것만 배우는 건 쓰는 것보다 훨씬 적은 공부다. 지금 세 번 잡아낸 것도 “여기 루프가 두 번 도네” 수준이었다. 그 정도는 문법 절반만 알아도 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면 같은 게임을 C++로 다시 만들어 비교해 볼 생각이다.
역할 분담이 계획이 아니라 실패로 갈렸다
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누가 무엇을 할지 미리 나누지 않았다. 안 되는 걸 겪으면서 저절로 갈렸다.
MCP가 맡게 된 것 담장 90개 배치, 상자 25개, 좌표 검증, 점프 높이 계산
규칙에 따라 고르는 일, 반복, 결과 되읽어 확인하기
내가 맡게 된 것 보기에 이상한지 판단, UMG, 애셋 조립
구조가 복잡해졌다는 걸 알아채기
경계가 어디인지는 실패가 알려줬다.
MCP는 숫자를 확인하고 나는 감각을 확인한다
배치 작업은 좌표를 되읽어 계산하면 검증이 끝난다. 반지름이 전부 같은지, 각도 간격이 고른지, 링별 Z가 맞는지 숫자로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안 나온다.
트리거가 보이는 것보다 넓다
HUD 글자가 흰색이라 하늘에 묻힌다
패드가 작아서 올라서기 어렵다
전부 플레이해야 아는 것들이고, 전부 내가 짚었다. MCP 쪽은 콜리전 값을 되읽고 “정상”이라고 답하던 중이었다.
한 번은 계산으로 “이 패드는 너무 작아서 캐릭터 캡슐이 닿을 수가 없다”고 단언했는데 실제로는 잘 됐다. 오버랩 판정이 패드만 보는 게 아니라 액터 전체를 보기 때문이었다. 계산이 맞아도 결론이 틀릴 수 있다.
도구는 제약 안에서 답을 찾는다
구조를 세 번 걷어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패턴이 있다.
블루프린트 변수를 못 읽으니 위치로 우회했다. 위치를 저장하니 되찾는 순회가 붙었다. 입력이 모든 상자에 가니 누가 대상인지 고르는 계산이 붙었다.
매번 막힌 제약 안에서 답을 만들었다. 제약 자체를 의심하고 다른 길을 찾는 건 안 했다. 입력을 받는 주체를 상자로 옮기면 대상 고르기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건 제약 밖에서 봐야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번 작업에서 정리된 경계는 이렇다.
- 반복되고 규칙이 있는 일은 MCP에 맡긴다. 담장 90개를 놓고 좌표로 확인하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 감각으로 판단하는 건 내가 한다. 넓다, 안 보인다, 답답하다는 도구가 못 잡는다
- 구조가 복잡해지면 내가 끊는다. 도구는 자기가 만든 복잡함을 복잡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 그러려면 내가 결과물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만들면 이 감시가 통째로 빠진다
마지막 줄이 앞의 형식 이야기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