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KeyBloom TIL 15
나선 모션의 “높이”가 사실은 올라가는 속도를 바꾸고 있어서 속도 슬라이더와 겹쳤다. 둘을 떼어내며 나온 것들.
손잡이 개수는 물리가 정한다
세 값이 한 식으로 묶여 있으면 둘만 줄 수 있다
높이와 속도와 수명(파티클이 살아 있는 시간)은 서로 독립이 아니다. 빠르게 오래 가면 멀리 가고, 느리게 짧게 가면 가까이 간다. 셋 중 둘을 정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정해진다. 앞선 TIL 13의 코일 간격·회전·상승과 같은 구조다.
그런데 슬라이더를 셋 다 만들면 사용자는 셋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는 서로를 침범하니 만질 때마다 다른 값이 어긋나 보인다.
그래서 높이와 속도만 손잡이로 주고, 수명은 그 둘에서 계산해 내기로 했다(도달 목표 ÷ 상승 속도). 목표 높이에 닿는 순간이 곧 끝나는 순간이다. 빠르면 일찍 닿아 짧게 살고 느리면 늦게 닿아 오래 산다. 어느 쪽이든 도달 높이는 사용자가 정한 그 값이다.
컨트롤을 설계할 때 먼저 물어야 할 건 “무엇을 조절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이 중 몇 개가 서로 독립인가”다. 독립인 개수보다 많은 손잡이를 만들면, 그 초과분은 편의가 아니라 혼란이 된다.
안전장치가 약속을 깬다
파생된 값에 제한을 걸면 지키려던 관계가 무너진다
수명을 계산해서 쓰기로 하고, 혹시 너무 짧거나 너무 길까 봐 최소·최대로 잘라 두는 클램프를 걸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높이를 낮추고 속도를 올렸는데 오히려 더 높이 올라갔다.
계산된 수명이 최소값보다 짧을 때 클램프가 그 최소값으로 늘려 준 게 원인이었다. 일찍 닿아서 사라져야 할 것이 억지로 더 살아남아, 그 시간만큼 목표를 지나쳐 계속 올라간 것이다.
계산해서 나온 값에는 대개 지키고 있는 약속이 있다. 여기서는 “도달 높이는 사용자가 정한 값”이라는 약속이었다. 그 값을 밖에서 자르거나 늘리면 약속도 함께 깨진다. 안전장치를 넣을 자리는 계산 결과가 아니라 계산에 들어가는 입력이다. 입력 범위를 적당히 잡아 두면 결과가 극단으로 안 가고, 관계도 안 깨진다.
이런 버그는 찾기가 특히 어렵다. 제한은 안전하라고 넣은 것이라 의심 목록에서 빠져 있고, 증상이 “값을 낮췄는데 커진다”처럼 거꾸로 나타난다.
정확함과 자연스러움
정확히 맞추면 자로 자른 것처럼 보인다
계산이 정확해지자 이번엔 파티클 꼭대기가 일직선으로 평평해졌다. 모두가 정확히 같은 높이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계산이 맞을수록 결과가 인공적으로 보였다.
고친 방법은 목표 높이 자체에 개체마다 약간씩 다른 값을 준 것이다. 각자 제 목표에서 사라지는 성질은 그대로 두고, 목표만 흩었다.
자연물에는 정확히 같은 것이 없다. 화면에서 자연스러움을 만들 때 필요한 건 정밀함이 아니라 적당한 흩어짐이다. 다만 아무 데나 흩으면 안 되고, 지켜야 할 관계는 유지한 채 흩을 수 있는 값을 골라야 한다.
정확도를 올렸는데 결과가 더 나빠 보이면,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흩어짐이 사라진 것일 수 있다.
옵션 쪼개기
안이 이미 나뉘어 있으면 사용자에게도 나눠 준다
“가두기” 옵션이 하나였는데, 속을 보니 위아래를 가두는 것과 좌우를 가두는 것이 따로 계산되고 있었다. 사용자는 둘을 함께만 켤 수 있었다.
체크박스를 둘로 나누니 좌우만 좁히거나 위만 막는 게 가능해졌고, 구현은 거의 안 바뀌었다.
옵션을 늘릴지 말지 고민될 때, 안에서 이미 따로 다루고 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올 때가 있다. 이미 나뉘어 있으면 쪼개는 비용이 거의 없고, 하나로 묶여 있는 걸 억지로 쪼개면 비용이 크다.
요약
- 컨트롤을 만들기 전에 “이 중 몇 개가 서로 독립인가”를 센다. 초과분은 편의가 아니라 혼란이다
- 계산해서 나온 값에 제한을 걸면 그 값이 지키던 약속이 깨진다 — 제한은 입력에 건다
- 안전장치로 넣은 것은 의심 목록에서 빠져 있어 버그를 찾기 어렵다
- 정확도를 올렸는데 더 나빠 보이면 흩어짐이 사라진 것일 수 있다
- 안에서 이미 나뉘어 있는 옵션은 쪼개는 비용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