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KeyBloom TIL 24
출시하자마자 실제로 써 보고 나서야 걸린 것들. 파일을 더블클릭해 열기, 이미 켜져 있을 때 또 열기, 내보낸 소리가 찝히던 것.
출시 전에 밟아 봐야 할 길
우리가 만든 파일 형식을 탐색기에서 더블클릭해 본다
프로젝트 파일을 저장하는 기능은 처음부터 있었다. 그런데 그 파일을 탐색기에서 더블클릭하면 앱이 뜨긴 뜨는데 빈 화면이었다. 확장자를 앱에 연결해 두는 것(파일 연결)과, 앱이 “무슨 파일로 열렸는지”를 읽는 것은 별개다. 윈도우는 그 경로를 실행 인자로 넘겨 주는데, 앱이 그걸 안 읽으면 그냥 빈 상태로 뜬다. 앞쪽만 돼 있고 뒤쪽이 빠져 있었다.
앱 안에서만 테스트하면 절대 안 걸린다. 앱 안에서는 언제나 열기 버튼으로 열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자는 저장한 파일을 바탕화면에서 더블클릭한다.
출시 전 확인 목록에 “앱 밖에서 시작하는 길”을 넣어야 한다. 파일 더블클릭, 다운로드한 설치본으로 처음 설치, 링크 타고 들어오기 같은 것들. 앱을 켜 놓고 하는 테스트는 이 길을 전부 건너뛴다.
이미 켜져 있을 때 또 열면 어떻게 할지는 제품 결정이다
앱이 켜진 상태에서 파일을 또 더블클릭하면 운영체제는 앱을 하나 더 띄운다. 그대로 두면 창이 계속 쌓인다.
여기서 정할 게 있었다. 지금 창에서 열 것인가, 새 창으로 열 것인가, 물어볼 것인가. 편집 중인 게 날아갈 수 있으니 묻는 쪽으로 정했고, 지금 창에서 열 때는 저장 안 한 변경이 있으면 한 번 더 확인한다.
기술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가 뭘 기대하나”를 정하는 일이다. 문서 편집기는 대체로 새 창, 미디어 플레이어는 대체로 교체다. 우리 앱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먼저 정하고 구현을 맞춘다.
미리보기와 결과물
확인한 것과 내보낸 것은 다른 길을 간다
미리 듣기에서는 멀쩡하던 반주가 영상으로 뽑으면 소리가 찝혔다. 원인은 두 경로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미리 듣기는 원본을 그대로 틀고, 내보내기는 소리를 AAC(영상에 흔히 쓰는 손실 오디오 압축 형식)로 다시 압축한다. 꽉 찬 마스터는 이 재인코딩 과정에서 피크가 최대치(0dBFS)를 살짝 넘어가고, 넘은 부분이 잘려 나가며 깨져 들린다(클리핑).
여기서 가져갈 건 특정 오디오 지식이 아니라 구조다. 앞선 TIL 22에서 큐 판정 규칙이 두 경로에 따로 있던 것과 같은 모양이다. 확인하는 경로와 납품되는 경로가 다르면, 확인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앱만 해도 미리보기와 영상 추출이 다른 길을 가고, 라이브 연주와 파일 재생이 또 다른 길을 간다.
그래서 품질 확인은 항상 최종 산출물로 해야 한다. 화면에서 좋아 보였다는 말은 “화면에서 좋아 보였다”까지만 참이다.
한계를 넘을 땐 자르지 말고 미리 눌러라
넘치는 소리를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계를 넘는 부분을 잘라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름 자체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만든다.
대신 쓴 방법은 룩어헤드 리미터다. 넘칠 지점을 조금 먼저 내다보고, 그 직전부터 전체 음량을 완만하게 줄였다가 지나가면 되돌린다. 넘치지 않을 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뭔가 개입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한계를 다루는 방식에는 늘 이 두 갈래가 있다. 넘은 것만 쳐내면 구현은 간단하고 티가 크게 나며, 미리 알고 전체를 살짝 양보하면 구현은 복잡하고 티가 안 난다. 사용자에게 보이는 곳이라면 대개 뒤쪽 값을 치를 만하다.
게이트
기능 게이트와 판매 게이트는 다르다
앞선 TIL 23에서 정한 대로 유료 기능은 앱 버전에서만 동작한다. 그래서 웹에서는 라이선스를 활성화할 이유가 없고, 처음엔 라이선스 영역을 통째로 감췄다.
그런데 그러면 웹으로 들어온 사람은 유료 버전을 살 방법이 없다. 웹이 제품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거기에 계산대가 없는 셈이다.
“이 기능은 여기서 안 된다”와 “여기서는 팔지 않는다”는 다른 말이다. 앞쪽 때문에 뒤쪽까지 같이 잠그면 유입을 통째로 버린다. 그래서 웹에서는 활성화 관련 조작만 감추고 구매 버튼과 안내는 남겼다.
기능을 막을 때마다 “이걸 막으면 구매 동선도 같이 막히나”를 한 번 봐야 한다.
요약
- 출시 전에 앱 밖에서 시작하는 길을 밟아 본다 — 파일 더블클릭, 새로 설치, 링크 진입
- 이미 켜져 있을 때 또 열면 어떻게 할지는 기술이 아니라 제품 결정이다
- 확인하는 경로와 납품되는 경로가 다르면 확인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 한계를 넘을 땐 쳐내지 말고 미리 완만히 줄인다 — 티가 안 나는 쪽이 대개 값을 치를 만하다
- 기능을 막는 것과 파는 길을 막는 것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