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놈 Simple Metronome TIL 2
겉의 말을 바꾸는 데 속까지 갈아엎을 필요는 없다
박자 설정이 “한 마디에 몇 박, 한 박을 몇 개로 쪼갬” 두 칸으로 되어 있었다. 직관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에게 익숙한 표기는 4/4, 6/8 같은 박자표다.
소리를 만드는 부분은 이미 “박 수와 쪼갬 수” 두 값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화면 표기를 바꾸려고 그 부분까지 다시 짤 필요는 없었다.
사용자가 고른 박자표를 그 두 값으로 옮기는 규칙만 사이에 뒀다. 겉은 익숙한 말로 바뀌었고 속은 그대로다.
여기서 배운 건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폭 조절이다. “이 용어가 어렵다”는 말은 대개 표기와 조작 방식에 대한 것이지 내부 구조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쓰는 말과 내부가 쓰는 말이 다를 때, 둘을 억지로 같게 만드는 것보다 사이에 옮기는 규칙을 두는 게 싸고 덜 위험하다.
동작하는 것과 그 분야에서 맞는 것은 다르다
6/8 박자를 8분음표 여섯 번 치는 것으로 만들면 동작은 한다. 그런데 음악에서 6/8은 여덟 번째 음표 여섯 개를 셋씩 묶어 큰 박 둘로 느끼는 박자다. 여섯 번 똑같이 치면 그 박자로 안 들린다.
그래서 분모가 8이고 분자가 3의 배수면 큰 박을 분자÷3으로 잡고 각 박을 셋으로 쪼개도록 했다. 6/8은 2박, 9/8은 3박, 12/8은 4박이 된다. 강세는 각 박의 첫 번째에 얹히니 큰 박이 자연히 살아난다.
이건 코드를 보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만드는 사람이 그 분야를 모르면 “돌아가니까 맞다”고 판단하게 되고, 쓰는 사람은 바로 알아챈다. 사용자가 특정 분야 사람인 제품을 만들 때는, 기능이 도는지와 그 분야에서 맞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뒤쪽은 그 분야를 아는 사람만 판정할 수 있다.
3의 배수가 아닌 5/8이나 7/8은 묶는 방식이 곡마다 달라서(둘+셋인지 셋+둘인지) 일단 고르게 두고 나중으로 미뤘다. 도메인 규칙이 하나로 안 정해지는 자리는 미루는 것도 답이다.
못 쓰게 만드는 것과 못 쓴다고 알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박자표에서 8분음표 계열을 고르면 쪼갬 설정이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쪼개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는 조작을 막았다.
처음엔 동작만 막았는데, 화면상으로는 그대로라 눌러도 아무 일이 없는 컨트롤이 됐다. 사용자는 고장으로 읽는다. 흐리게 처리해서 지금 쓸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보이게 했다.
기능을 조건부로 막을 때는 두 가지를 다 해야 한다. 실제로 막는 것과, 막혀 있다는 걸 보이게 하는 것이다. 하나만 하면 각각 다른 종류의 버그가 된다.
공유되는 것을 각자 꾸미려면 먼저 자기 것으로 떼어낸다
박 표시 점들은 같은 그림을 쓰고 색만 바꿔서 지금 울리는 박을 알린다. 그런데 한 점의 색을 바꾸니 다른 점까지 같이 물드는 일이 생겼다.
같은 그림 자원을 꺼내 쓰면 겉보기엔 각자의 것 같지만 속으로는 하나를 나눠 쓰고 있어서, 한쪽에 칠한 색이 공유되는 부분에 남는다. 각 점이 자기 사본을 갖게 복제한 뒤에 색을 칠하니 독립적으로 물들었다.
일반화하면 이렇다. 여러 곳에서 같은 것을 가져다 쓰면서 각자 다르게 꾸미려면, 꾸미기 전에 자기 몫으로 떼어내야 한다. 안 떼어내면 한 곳의 변경이 전부에 번지고, 이런 버그는 “가끔 이상하다”로 보여서 원인을 찾기 어렵다.
초기 상태를 자동으로 발생하는 이벤트에 맡기지 않는다
선택 컨트롤은 처음 화면에 놓일 때 선택 이벤트가 한 번 저절로 발생한다. 사용자가 아무것도 안 골랐는데도 그렇다.
여기에 초기 계산을 얹어 두면 편해 보이지만, 그 이벤트가 언제 발생하는지에 프로그램이 매달리게 된다. 화면 구성 순서가 조금만 바뀌어도 초기값이 뒤늦게 덮이거나 두 번 계산된다.
기본값은 이벤트를 듣기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두고, 초기 계산은 준비가 끝난 자리에서 명시적으로 한 번 실행했다.
자동으로 한 번 불리는 것에 기대면 코드가 짧아지지만, 그 순간부터 순서가 숨은 조건이 된다. 초기 상태는 눈에 보이게 직접 정하는 편이 낫다.
요약
- 용어가 어렵다는 피드백은 대개 표기와 조작에 대한 것이다. 사이에 옮기는 규칙을 두면 겉만 바꾸고 속은 지킬 수 있다.
- 기능이 도는 것과 그 분야에서 맞는 것은 다르다. 뒤쪽은 그 분야를 아는 사람만 판정할 수 있으니 따로 확인한다.
- 도메인 규칙이 하나로 안 정해지는 자리는 미루는 것도 답이다.
- 조건부로 막을 때는 실제로 막는 것과 막혔다고 보이는 것을 둘 다 한다.
- 여러 곳이 같은 것을 가져다 쓰면서 각자 꾸미려면 먼저 자기 몫으로 떼어낸다. 안 그러면 한 곳의 변경이 전부에 번진다.
- 초기 상태를 자동 발생 이벤트에 맡기면 순서가 숨은 조건이 된다. 눈에 보이게 직접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