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스톤 샵 LogStone Shop TIL 8
무엇을 어떻게 파느냐가 정해지면 문서에 쓸 말도 거의 정해진다.
누가 파는가
표시 의무의 주체는 파는 사람이다
푸터에 사업자 정보를 넣어야 하는지 계속 미결로 남아 있었다. 전자상거래법이 요구하는 표시의 주체는 사이버몰을 운영하는 통신판매업자다. 우리는 결제를 기록상 판매자에게 넘기고 있어서, 소비자와 매매계약을 맺는 상대가 그쪽이다. 우리 사이트는 그 앞단의 소개·안내에 가깝다.
여기서 안 넣는 쪽으로 정했는데, 결정적이었던 건 법 해석보다 표기에 딸려 오는 항목이었다. 그 표시는 상호와 등록번호만이 아니라 대표자 성명·주소·전화번호를 포함한다. 의무 주체도 아닌 상태에서 개인정보를 전 세계에 공개하게 된다.
판단으로 남길 것은 두 가지다. 의무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르고, 의무가 아니라면 그걸 자발적으로 할 때 무엇이 함께 공개되는지를 본다. 넣어서 손해 없어 보이는 항목에도 값이 붙어 있다.
대신 누가 파는지는 결제 지점에서 보여야 한다
표기를 뺀 대신 구매 화면에 판매자가 누구인지 한 줄을 넣었다. 약관 안쪽에만 있으면 실제로 읽는 사람이 없다.
이건 의무 논쟁과 무관하게 그냥 정확한 안내다. 환불을 요청할 상대와 영수증에 찍힐 이름이 우리가 아니라면, 사는 사람이 그걸 결제 전에 알아야 한다.
안 돌려준다고 쓸 때
진짜 위험한 구간은 우리 잘못으로 못 준 기간이다
구독 상품을 준비하면서 완전 무환불 방침을 문서로 옮겨야 했다. 디지털 상품에서 흔한 방침이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범위다. “어떤 경우에도 환불하지 않는다”에는 우리 잘못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까지 들어간다. 그 구간은 약관규제법상 불공정 조항으로 다퉈질 여지가 있다. 다투게 되면 그 조항 하나가 아니라 방침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그래서 무환불은 그대로 두고 그 구멍만 막았다. 우리 귀책으로 못 준 기간은 돈을 돌려주는 대신 그만큼 구독 기간을 연장한다. 정책은 유지되고, 현금이 나가지 않고, 이용자는 못 받은 만큼 받는다.
강한 조항을 쓰고 싶을 때 통째로 포기하거나 통째로 밀어붙이는 것 말고, 위험한 구간만 잘라내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배웠다.
무엇을 파는지 정하는 축
구독 하나가 무엇을 살 수 있게 하는가
매장 배경음악 구독의 라이선스를 어떻게 쓸지가 문제였다. 후보가 셋이었고 값이 각각 달랐다.
- 장소로 묶기 — 계약한 매장 안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 매장을 특정해 등록받아야 하고, 이전·폐업 때 계약을 손봐야 한다
- 계정으로 묶기 — 계정 하나가 한 사업장을 맡는다. 등록받을 게 없고, 여러 사업장을 하려면 그 수만큼 산다
- 동시 재생 수로 묶기 — 어디서 틀든 한 번에 한 곳. 서버가 실제로 셀 수 있어 강제가 가능하다
여기서 알게 된 건 이 선택이 법률 문장이 아니라 가격 정책이라는 것이다. 장소를 아예 안 걸면 체인 한 곳이 구독 하나로 열 개 매장을 돌려도 약관상 문제가 없어진다. 반대로 너무 좁게 묶으면 고객이 매장을 옮길 때마다 우리에게 연락해야 한다.
결국 계정 하나에 사업장 한 곳으로 정했다. 관리할 게 늘지 않으면서 체인이 하나로 돌리는 것도 막힌다.
지킬 수 없는 것은 약속하지 않는다
이 검토에서 하나 더 배웠다. 우리는 음악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장소를 조건으로 걸어도 그건 확인이 아니라 선언이다.
약관에 쓰는 말은 두 종류다. 우리가 강제할 수 있는 것과, 지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 둘을 섞어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쪽인지 알고 써야 한다. 강제할 수 없는 조항은 분쟁이 났을 때 근거는 되어도 사고를 막지는 못한다.
제품이 늘 때 문서가 받는 충격
제품이 늘면 공통 조항이 먼저 깨진다
전 제품에 붙는 조항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계정도 필요 없다”고 적혀 있었다. 계정이 있는 구독 서비스가 들어오면서 그 문장이 그 제품에서 거짓이 됐다.
같은 종류의 사고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선 TIL 3에서는 공통 조항에 적은 결제 회사 이름이 결제 없는 앱의 방침으로 새어 나갔고, 앞선 TIL 6에서는 클라우드 저장이 붙으면서 「기기를 떠나는 데이터는 광고와 분석이 전부」라는 공통 문장이 거짓이 됐다. 그래서 규칙으로 적어 뒀다. 새 제품이나 새 기능을 붙일 때는 그 제품 조항만 보지 말고 공통 조항이 여전히 참인지 함께 본다.
공통 조항은 편해서 만드는 것인데, 편한 만큼 조용히 틀려진다. 공유하는 문장이 많을수록 한 제품의 변화가 다른 제품 문서를 흔든다.